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화성시 주민참여예산위원장, 서울의소리 '백현빈의 정면돌파' 방송진행자

 

우리는 숱하게 비판해 왔지만,여전히 답답함을 느낀다.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든 적든,시민으로서 참여한 곳에서 또는 스쳐간 뉴스 기사 속에서 우리는 각자 안타까움을 토로한다.정치나 행정이 잘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할 수 있다.이 부분에는 공감을 한다.그러나 그런 주장만으로는 뭔가 불충분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입에서 맴도는 비판을 넘어 그것을 질문으로 이어가고 대안을 생각하며 실현하는 계획을 같이 구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정부와 시민의 관계를 설명할 때 많이 언급되는 주인-대리인 이론에 따르면 주인이 모든 업무를 다 이해하고 수행할 수 없어 대리인을 두는데,이 대리인이 주인의 본질적인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할 여지가 있기에 주인이 대리인을 계속 살피는 체계가 필요하다.여기서시민이 주인이라면정부(입법부,행정부)’가 대리인이라고 볼 수 있다.지금의 시민은 진정한 주인인가.몇 년에 한 번 있는 선거만으로 평가하기에는 우리 삶을 좌우하는 문제가 훨씬 빠르고 다양하게 일어난다.선거와 선거 사이 그 긴 시간 동안 시민은 그저 안타깝게 보기만 해야 할 것인가.

여기에 두 가지 비판점이 있을 수 있다.국민이 이미 적지 않은 세금을 내고 있는데 그렇게까지 또 시간과 노력을 들여 살펴야하는가 물을 수 있다.납세를 단순히 서비스에 대한비용 지불로 보면 맞는 말이다.하지만 나와 내 후손이 살아갈 내일의 세상에 대한투자의 관점으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우리 사회라는 우리의자산을 관리하는 과정으로 생각해보아야 한다.주인이 직접 애정을 갖고 더 높은 부가가치 창출을 고민하는 투자라면 그 성과는 달라질 것이다.또 한 가지 비판점은,먹고 살기 바쁜데 어떻게 사회 문제를 일일이 살필 수 있는가이다.세 걸음만 더 걸어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본다.

그 첫 번째 걸음은 바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우리의 불편한 문제를 해결하는 위치에 있거나 해결해 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정치인과 정당,시민의 대표에게 계속 질문을 던져야 한다.그리고 과연 어떻게 답할 것인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여기에 답변하는 과정은 스피드 퀴즈나 넌센스 퀴즈가 아니다.조금 생각해보고 답이 안 나오면에이,모르겠다하고 넘어가는 순간 문제 해결은 요원해진다.우리 삶의 문제는 심각한데 예능 프로그램처럼 짜릿하고 재미있는 답변만 쏟아낸다면 그 역시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우리 문제가 스피드 퀴즈나 넌센스 퀴즈로 해결될 거였다면 처음부터 우리 삶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 것이라 본다.

그 다음으로, ‘대안을 생각해보아야 한다.아무리 현재를 잘 설명하고 문제를 진단하는 이론이 있다고 해도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담론은 계속 맴돌 수밖에 없다.신문 기사를 읽고 비판하고,또 다른 기사를 읽고 비판하는 과정만 반복된다면 결국 속상해서 뉴스를 멀리하는 것이 제일 낫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딱 한 걸음만 더 갔다면 어땠을까.필자가2019년부터2020년까지 경기도교육청 주민참여예산자문위원회 화성지역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간담회에서 새롭게 시도했던소셜 픽션(social fiction)’이 떠오른다.각자가 바라는 가장 구체적인 미래상부터 먼저 그리고 가용 자원과 현실적 제약을 분석하는 방식이다.미래상이 구체적일수록 분석도 체계적으로 바뀌는 것을 경험하였다.지금 우리에게는 더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대안을 실천하기 위해 누구와 함께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그 다음 단계이다. ‘각자도생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나의 문제는 내가 온전히 해결해야 할 것처럼 생각될 수 있다.하지만 개인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국가나 사회가 위기에 빠지면 개인의 노력 역시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해 왔다.주위에서 나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조금 더 관심을 갖는 사람은 누구인지,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아갈 수 있는 기관은 어디인지 질문해보는 데에서부터 문제 해결이 시작된다고 본다.

지역사회 현장에서15년 안팎의 시간동안 직접 활동하면서, ‘시민이 이기는 사회를 꿈꿔 왔다.결국 좋은 정치는 시민에게베푸는차원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의 성취를돕는것이어야 함을 체감했다.시민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며 그 질문에 유능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과정이 함께 이루어질 때, ‘시민의 봄은 조금 더 가까이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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