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나무로서 나무만의 삶을 사는 이상근(李相根) 목조작가

이형찬 기자 | 기사입력 2019/11/26 [12:40]

나무가 나무로서 나무만의 삶을 사는 이상근(李相根) 목조작가

이형찬 기자 | 입력 : 2019/11/26 [12:40]

오로지 칼과 끌을 이용해서 고사목을 있는 그대로 조각해 철학을 불어넣는 이상근(李相根) 목조작가.
그는 목공, 즉 나무를 알맞은 모양으로 자르고 다듬어 가구 등의 제품을 만드는 일을 하지 않는다. 또 억지로 나무를 덧붙이거나 끼워 맞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 이상근 작가     © 편집국


그의 모든 작품은 오직 평칼, 창칼, 둥근칼, 크고 작은 끌 등 수십가지의 도구를 사용해 나온다. 그것도 이상근 작가가 직접 쇠를 갈아서 만든 도구들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그의 작품을 설명할 수 있다.

이상근 작가는 태어나면서부터 나무와의 인연을 갖고 있다. 그의 이름에서 보면 알 수 있다.

▲     © 편집국

 

이(李/木+子) 상(相/木+目) 근(根)

이상근(李相根) 작가는 이름 한문 세 글자에 모두 나무(목 木)가 들어간다. 즉 나무의 아들, 나무의 눈, 나무의 뿌리.
이 작가는 “어릴 적 내 이름을 한자로 배웠다”면서 “나무와의 관계가 내 삶속에 은연중 각인되어 있다. 집 뒷산에 소나무가 많은 솔 무데기라는 곳에 자주 올라가 친근감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어려서 아버지에게 이름의 한자 뜻풀이를 듣고 난 이후 나무에 애착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 작가는 “어릴적 집에 들어서면 소나무는 대문으로, 기둥으로, 석가래로, 마루로, 가구로, 농기구로, 심지어 땔감으로 삶의 애환을 같이 하고 있다”면서 “나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고 회상한다.

 

그렇게 나무에게 친근감을 느낀 이상근 작가는 동네 목수 작업장을 놀이터 삼아 나무 조각들을 얻어와 자신만의 작품(?)으로 만들며 성장기를 지냈다. 그 후 세월이 지나도 그는 나무를 재료 삼아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그를 발견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나무를 조각하며 성장해 온 그는 공예품을 만드는 사업을 십오 년간 했고 지금의 목조가의 삶을 십여 년 살았으니 평생 나무에서 손을 놓아 본 적이 없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공예품과 목가구 사업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지만 기능적이고 기술적인 것을 하면서 자신만의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     © 편집국


사업을 하면서 목조에 관해선 다뤄보지 않은 것이 없다는 그는 “공예작품이 상업조각으로 치부되면서 회의를 느꼈다”면서 그 틀을 벗어나면 그 자체로도 훌륭한 오브제가 될 수 있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오브제란 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의에서 고 자연물이나 일상에서 쓰는 생활용품 따위를 원래의 기능이나 있어야 할 장소에서 분리하여 그대로 독립된 작품으로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느낌을 일으키는 상징적 기능의 물체를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이상근 작가는 가구나 바퀴, 배와 같은 오브제를 활용해 본래의 정체성을 회복시키고자하는 갈망을 컸다.

▲     © 편집국

 

그런 그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고사목이다.
고사목을 가지고 100여개의 칼과 끌을 이용해 나이테와 나뭇결을 자연 그대로 살리는 기법으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날카롭고 거친 도구들이 만들어낸 작품들을 보면 철학이 있고 메시지가 있다.
고사목은 그 자체로 비석같은 느낌이다. 사계절의 흐름가운데 인간의 문명을 그대로 지켜보며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킨 것만으로도 숙연해 진다.


이상근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삶의 일부였던 소나무에서 벗어나 이제는 수백 년 이상 산 느티나무 고사목을 사용하고 있다.

“작업에 대한 갈망이 클수록 선에 대한 표현이 세밀해지고 형태도 각양 각색으로 완성도를 높이고자 소나무에서 느티나무로 전향하게 됐다. 느티나무 고목은 밀도가 높고 나뭇결이 아름다워 목재 중에서도 최고로 삼는 나무다. 작품을 하며 구부러지고 늘어지며 휘어지는 표현이 더욱 용이해졌다.”

 

연리지를 통한 관계의 회복

‘연리지 - 관계의 회복’. 이상근 작가가 선택한 주제다.
연리지 시리즈는 서로 다른 나무의 뿌리가 붙는 것을 연리근이라 했고, 나무둥치 자체가 붙는 연리목이라 했으며, 가지가 붙는 것을 연리지라 한다.

 

▲     © 편집국


이러한 나무의 자연 현상을 동양에서는 부모 자식 가족간의 관계와 남여간의 관계의 상서로운 현상으로 여겨왔다.
연리근은 인간관계의 근본을 연리목은 애로틱한 면이 보여 이 작가는 다양한 사람과 사람의 보편적 관계를 표현함에 적합한 연리지에 주목하게 됐다.

 

그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섭리를 인간질서에 접목 시키고자 했던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연리지의 자연현상을 작업의 모티브로 하여 가족간의 관계, 남녀간의관계, 타인과의 관계, 인종 간의 관계 등 인간관계의 회복시키고자 했다.

그의 작품을 보면 네모 형상을 하나하나 조각해 수많은 공간을 표현하였고 이것을 쌓아 올림은 억만 겁의 시간은 표현한 것이다. 억만 겁의 시간과 공간에서 이루어진 서로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표현했다.

 

▲     © 편집국

 

특히 주로 아프리카의 흑인문화권에서 서식하는 외피와 속 재질이 검은 색인 흑단 나무와 유럽과 시베리아 등 백인문화에서 자작나무는 외피와 속재질이 백색을 표현했으며 한국, 중국, 일본 등 황인문화권에서 서식하는 황색 외피와 재질의 소나무 모양을 연리지로 작업함으로써 각각의 인류가 하나임은 표현했다.

 

여기에 이 작가는 현 시대에 바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동종의 나무 또는 서로 다른 종의 나무가 연리지를 이루는 것은 각각의 인간관계의 다양함 속에 소중한 의미를 표현한 것이다.
나무 자체에서 일어나는 연리지의 형상을 이 작가 역시 원목 자체로 조각함으로서 본질을 지키고자 했고 소중한 관계는 지속 되기를 바라고 맺지 못한 관계는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는 주술적 의미를 담은 나무조각 작품이다.

 

이상근 작가의 근작은 연리지 작품에 새로운 미학을 추구하는 작품이다.
그것은 연리지와 하트 문양으로 동서양 상생의 미학을 추구하는 것이다.


연리지와 하트, 통교적 조합


연리지(連理枝)와 하트(♥) 문양의 조합(Combination)으로 상생(相生)의 미학을 작품에 담고 있다.

▲     © 편집국

 

“동양 고전 주역 사상의 핵심인 일음일양(一陰一陽), 음양대득(陰陽對得)으로 우주의 모든 물질이 음과 양으로 이루어졌다. 음과 양, 두 관계의 조화로 우주가 운행된다는 이치로 자연의 원리를 이해하게 되면 곧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지혜가 생겨난다.”

 

그는 작품세계에 인간관계 뿐만아니라 도교, 유교, 불교, 기독교 등 종교의 조합 사상도 심었다.
그는 “도교는 노자 사상의 핵심인 유무상생(有無相生)으로 유·무가 서로의 꼬임에서 세상 만물이 생겨나고 소멸한다는 무의 개념을 출현시킴으로 동양 사상의 깊이를 출현 더하여 유·무의 관계론을 중심으로 한 동양 사상”이라고 말하면서 “유가는 공자 사상의 핵심인 인(仁)으로 인은 사람인(人) 자와 두이(二) 자가 합쳐진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 인이 행하여진다는 것에서 관계라는 개념을 타전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 편집국


이어 “불교는 석가 사상의 핵심인 연기법(緣起法)으로 우주의 삼라만상이 인연에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며 우주가 관계 속에 이뤄졌음을 중심 가치로 삼고 있다”면서 “서양은 기독교의 막강한 영향 속에 철학과 문명이 발전하여 기독교의 신이 인간을 사랑 사랑한 것과 같이 인간도 서로 사랑하라 하는 사랑의 개념이 서양의 중심 개념이다”고 표현했다.


또한 “기독교에 와서 심장은 다시 영혼의 이미지로 복귀하고 개인의 본성과 기질을 나타내는 이미지였고 중세에는 예수의 고통과 인간 구원, 신성한 사랑의 교리가 발전하였다”면서 “예수가 흘린 피가 이를 상징했으며 그러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에 가면 심장이 피를 대신하여 심장이 사랑과 열정, 고통과 연민의 이미지이자 상징이 된 것은 그리스도교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     © 편집국


그래서 그는 하트 문양(♥)이 본격적으로 사랑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것도 중세 이후이라고 주장했다.

이 작가는 《알렉산드로스 이야기》는 중세 그림책에 대해 걸작이라며 소개했다.
“삽화 중 하나에는 세속적 사랑을 상징하는 최초의 확실한 하트 문양(♥)이 들어 있다. 남성이 여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모습인데, 왼쪽에는 여인이 심장을 들고 있고 오른쪽에는 남자가 자신의 심장에 손을 얻고 있다”


또 《길가메시 서사시》는 심장 이야기가 등장하는 최초의 이야기라고 말하는 이 작가는 “주인공 길가메시는 신에게 심장을 제물로 바친다. 이때 심장은 신과 자신을 이어주는 매개체다. 또한 이 서사시에서 심장은 문명의 왕 길가메시와 자연의 자식 엔키두의 우정을 상징한다. 심장은 인간 내면의 고통과 공감, 사랑의 원천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     © 편집국


이어 “고대 이집트에서는 파라오의 시신을 미이라로 만들때 다른 장기는 다 빼내면서도 심장만은 방부 처리한 후 시신 안에 다시 집어넣어 보존하고 있다. 심장이 영혼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살아 있는 동안 행한 모든 선과 악의 기억을 담고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는“인간의 고민은 모두 인간 관계에서 오는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민화는 조선시대의 민예적인 그림이다.
인간의 보편적 욕망을 담은 액자, 병풍, 가구, 화집, 실용품 등 가정의 번영과 안락을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제작하거나 소장했다.


이 작가는 “현대인의 삶에서 인간관계의 회복과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인생의 길흉화복 어떠한 인간관계를 맺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이는 곧 희로애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     © 편집국

 

이 작가는 “저의 작품세계는 나무의 둥치인 원목을 재료로 하여 동양의 중심 사상인 서로의 관계를 형상화시킨 연리지와 서양의 중심 사상인 사랑을 형상화 시킨‘하트’를 통해 상생의 미학으로 건전하지 못한 이해타산의 조건적 관계로부터 건전한 인간관계의 회복이라는 주제를 담았다”면서 “이제 대한민국도 다문화 시대에 살고 있는데 이는 동·서양 복합 문명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작품을 통해 보는 이에게 행복하고 건강한 관계가 이루어지고 지속되기를 기원하는 주술적 의미가 담긴 실용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근 작가의 근작을 보면 예전과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작품속 그의 철학과 함께 메시지는 항상 있어 왔다.
한 작품을 완성시키기까지 적게는 3개월에서 1년 가까이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상근 작가는 오늘도 죽은 나무, 그 속에 생명을 불어넣고 메시지를 담아 나무가 나무로서 나무만의 삶을 이어가게 하고 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많이 본 기사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