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올해 여름, 주곡리의 가을

정경희(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이사)

편집국 | 기사입력 2019/10/11 [18:12]

[건강칼럼]올해 여름, 주곡리의 가을

정경희(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이사)

편집국 | 입력 : 2019/10/11 [18:12]

▲ 정경희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이사     ©편집국

제법 두툼한 옷을 찾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덧 산은 울긋불긋, 들판은 노란색으로 물들어가는 가을이다. 멀지 않은 무덥던 8월 화성시 우정읍 어느 마을에서는 벼가 노랗게 변해버린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지역주민들은 3일전부터 화재이후 잔불이 꺼지지 않으면서 악취와 연기를 내뿜고 있는 금속폐기물공장 때문이라는 강한 합리적 의심을 시작했고, 불안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제초제를 뿌려도 일주일이 지나야 죽어갈 정도로 강인한 벼가 3일 만에 고사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독한 물질이 나왔을까하는 농부다운 추측은 광복절 다음날 열린 지역주민간담회에서 초조함과 불안이 분노로 폭발하였다.
그 자리에서 민관합동피해조사단이 꾸려졌고, 현장방문 이후 환경시료채취 계획이 나오고, 다음날 화재현장과 인접한 사업장의 작업자에 대한 이동진료를 시작으로 직업환경의학전문의가 있는 의료기관에서 지역주민에 대한 진료가 진행되었다.


화재 시 발생이 예상됐던 황화수소와 암모니아는 호흡기와 수분이 있는 점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코, 입을 통한 호흡기계 질환과 구토, 메스꺼움, 땀에 노출된 피부 가려움 등을 주로 호소하였고, 이중 일부는 약처방이 필요하기도 하였다.  처음 한곳에서 채취했던 환경시료는 시민단체의 요구로 좀 더 넓은 영역에서 세 군데에서 채취하여 검사 분석 의뢰되었다.


분석결과 벼가 노랗게 된 이유는 화재가 이후 피해가 발생한 점, 공장에서 멀어질수록 피해가 점차 경미해 지는 것으로 볼 때 화재 시 발생한 가스 피해로 의심이 되고, 이는 벼 잎 세포의 삼투압 교란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32년 전 국내 첫 지정폐기물매립장으로 인한 피해를 혹독히 치른 트라우마를 겪었지만, 지금도 마을 가운데 있는 매립장은 여전히 지역주민에게는 흉물이다.


우정읍에 존재하는 폐기물처리장 40곳 또한 이들에게는 언제 어떻게 피해를 줄지, 피해를 이미 받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고, 옆 동네에 들어설지도 모르는 또 다른 매립장은 이들의 불안을 부추기는 현실이다.
화성시가 이 지역의 물과 공기 토양을 상시적으로 체크하여 확인하고, 환경오염을 예방하는 조치에 적극 나서야하는 이유이다.


더불어 이러한 예방활동에도 혹시나 나타날 수 있는 건강피해를 보호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뒷받침된다면 불안감은 덜 할 것이다.
국가와 지자체는 환경오염과 유해화학물질로부터 국민건강 및 생태계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환경유해인자가 수용체에 미치는 영향을 항상 파악하고, 환경유해인자로부터 수용체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세우고 시행하여야 한다.
누군가는 말한다. 벼가 죽지 않았다면, 불이 바로 꺼졌다면 적어도 화성시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공기, 물, 토양이 오염된다면 이것을 먹고 마시는 인간도 병들어 간다는 진리를 인식하고, 이를 적극 예방하는 화성시의 노력이 아쉬운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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