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원 본지 자문위원

▲ 김중원 본지 자문위원     ©편집국

지난 6일 한겨레신문 7년 차 이하 기자들이 조국 장관 의혹의 보도와 관련하여 국장단 사퇴 요구 성명에 이어 8일 18기~22기 기자들이 후배 기자들의 성명을 지지한다면서 ‘어용언론이라는 조롱까지 받으며 일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한겨레의 권력 비판 보도가 묻혀졌다’고 주장했다.


 한편, KBS 노조에서도 9일 ‘조국 내로남불 발언 왜 삭제했나?’는 성명을 발표하고 ‘양승동 사장과 보도본부장은 ’시사 계획- 창‘조국 관련 발췌문 삭제의 전말과 이유를 밝히고 시청자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좀 늦은 감은 있지만 이렇게 용기 있는 젊은 언론인들이 있어서 여간 든든하지 않다. kbs는 국민이 낸 시청료로 운영하는 국영방송으로서 정도를 찾는 모습이 든든하며, 특히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견인한 한겨레신문의 기자들이란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필자는 30여 년 보관하고 있는 1988년 5월 15일 발행한 한겨레신문 창간호의 1면 송건호 발행인의 창간사를 다시 꺼내 읽었다.


 ‘우리는 떨리는 감격으로 오늘 이 창간호를 만들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원칙에서 앞으로 새 신문을 제작하고자 한다.
 첫째, 한겨레신문은 결코 어느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며....... 한때는 유신체제를 지지하다가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자 어느새 유신을 매도하고, 새 시대 새 질서를 강조하고,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자 일제히 이제까지 우러러 모시던 전 정권을 매도하는, 하룻밤 사이에 표변하는.........
 둘째, 한겨레신문은 절대로 특정 사상을 무조건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않을 것이며, 시종일관 이 나라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분투노력할 것이다...... 권력의 방종과 부패를 막고 국민의 민권을 신장하여 사회 안정을 기하는......
 5월 15일 창간일을 맞아......... 참된 언론을 지향하는 한겨레신문에 뜨거운 격려와 성원을 보내 주시기를 손 모아 빌고자 한다. 송건호(본사 발행인).


 씁쓸하다. 지금의 한겨레신문 국장단은 창간 멤버일 것이다. 그 창간 멤버들이 이 창간사에서처럼 그토록 다짐했던 ‘참된 언론’이라는 초심을 잃고 이제는 아들 같은 후배 기자들에게 ‘사이비 기자들은 물러가라’는 집단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닌가?


 독재 언론ㆍ곡필 언론ㆍ어용언론ㆍ사이비 언론이라는 이렇게 언론을 지칭하는 잘못된 이름들이 말해주듯이 그동안 다수의 언론과 언론인들은 정치권의 하수인 노릇으로 권력과 사익을 채우는데 혈안 되어 국민을 속였으며 심지어 개인의 삶을 망가트리고 기업은 파산되기도 했다.


 제도적으로 공정한 언론을 위해, 언론으로부터 피해를 막기 위해 언론중재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있지만 그들 또한, 맡겨진 무거운 책무를 다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겨레신문의 창간사처럼 언론은 진실하고 공정해야 한다. 언론의 진정한 힘과 가치는 진실을 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언론인에게는 정의로운 신념, 용기, 양심이 필요하다.
 언론자유, 즉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언론사 내부의 다양한 압력으로부터의 자유의 문제는 오늘도 우리 사회의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이렇게 높아지는 자성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늠름하게 역행하는 언론과 언론인이 있다. 그들에게 언론의 책임을 말하는 것이 소귀에 경 읽는 부질없는 짓이지 않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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