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근 교수(본지 자문위원)

▲ 백도근 교수(철학박사)     ©편집국

어쩌다가 집에 보관하던 족보에 의문이 있어서 문중 사무실을 찾게 되었는데 문중의 중심인물들조차 족보에 대한 지식이 깊지 않다는 점에 많이 놀랐다.


문중의 중심인물들은 자기 족보의 ‘원형(原形, the original form)’이나 이후 족보간행이 거듭되면서 생긴 문제들에 정통해 있어서  사건이 발생하면 해결할 수 있는 지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족보 이상으로 관심을 받는 영역으로 종교와 정치의 영역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대부분은 어느 종교 집단, 어느 정치 집단에 속해 있거나 아니면 개별적으로 선호하는 특정 집단과 의식을 공유하기도 한다.
종교교리는 독단적이고 비현실적인 면을 가지고 있어서 관점을 달리한 그룹들 사이에 분쟁이 야기될 수 있고, 정치 역시 이해를 달리하는 집단 간 갈등을 합리적인 조정의 장으로 생겨났지만 역시 과열되면 심각한 정쟁으로 치닫기는 마찬가지이다.
종교든 정치든 심각한 분쟁으로 나아가지 않게 조정하는 것은 원로들의 지성이다.
신앙도, 지성도, 전직의 권위도 그것을 가진 자들의 이익추구의 방편일 뿐 분쟁을 조정하고 해결하는데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사회가 작은 갈등에도 격랑으로 출렁이는 배처럼 불안한 사회로 나아가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지금 청와대와 정부는 일본 수상 아베 신조가 화이트 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한 데 맞서 국운을 걸고 싸우고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벌이고 있는 지금의 전쟁은 일본이 과거 조선을 침략하여 극심한 고통을 준데 대해서 반성은 커녕, 미래로 나아가려는 우리의 산업에 제동을 걸기 위해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강행했으면서 오히려 화이트리스트에서의 제외가 우리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인양 호도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싸움을 시작하면서 이순신장군을 입에 올린 것도 그가 얼마나 이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고 비장한 각오로 싸움에 임하고 있나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아베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일본의 조야와는 달리 우리 정치권의 일각에서는 문재인대통령이 아베에게 항복하지 않는다고 매국노로 지칭하고 처형해야 한다는 자들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또 ‘군 위안부는 없었다.’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 ‘군대가 나서야 할 때’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 ‘처형해야 한다.’는 말이 난무하는 기성세들의 단톡방, 대형교회들에서의 주일설교, 야당의 정치집회 어디서도 문제를 직시해 볼 줄 아는 지성은 보이지 않았다. 


이를 보면 우리 사회도 이제 사회의 원로나 전직들에게서 바라던 전통적 의미의 지성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로써 우리사회에 바르게 판단하고 바르게 행동할 줄 아는 참 지성이 없냐고 하면 그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의 위기가 닥쳐올 때, 우리가 시민의 자격으로 즉각 광장으로 달려가서 거기에 몰려드는 시민들과 연대하기만 하면 우리는 니와 거기에 모인 시민들의 눈에서 목소리에서,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참 지성의 모습을 즉각 체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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