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희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이사

▲ 정경희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이사     © 편집국

아파트에는 유령처럼 느껴지는 존재가 있다
엘리베이터 한쪽에 놓인 청소도구 담긴 통, 깨끗해진 바닥과 함께 나는 세제 냄새. 이들의 흔적은 일상에서 이렇게 확인된다. 매일같이 우리네 삶터를 쓸고 닦으며, 위생과 청결을 유지하는 귀한 일을 하는 그들의 존재가 유령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거리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도, 아파트를 청소하는 미화노동자도 지역공동체의 일부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주요한 일에 청소는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주요한 일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일해야 하고, 매일 해도 표 나지 않는 일이지만, 미화노동자는 대부분 청소라는 일에 매우 높은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한 설문조사결과는 보고하고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렇듯 미화노동자에게 청소는 생계를 이어주는 수단이고, 또 하나의 공동체인 것이다.


이미 지역공동체의 일부로 존재하는 이들을 지역주민이 미처 인식하지 못했거나 인정하지 않는데서 오는 어려움을 미화노동자들은 그동안 겪어왔다. 미화노동자 5명 중 1명이 지역주민으로부터 인격적 모욕이나 불쾌감을 느꼈으며, 대부분 지하 불법 휴게시설에서 쉬거나 식사를 해결하면서도, 외주업체 소속으로 해마다 나이가 먹으며 근로계약서를 체결할 때면 고용불안을 느껴서 개선을 위한 요구마저도 하지 못하는 현실이 그것이다.

지역공동체의 일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것
지역공동체의 일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하는 것일까?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은 그들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고, 그들이 하는 일의 중요성과 역할을 이해한 후, 건강하게 일하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청소가 지역공동체를 유지하는데 필요하고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들이 존재하는 공간이 불법이어서는 안 된다. 건축법에 어긋나지 않는 공간 속에 그들의 존재도 포함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인간으로 살아가기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다행히 환경미화원이 낮 시간에 일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었고, 경기도 차원에서는 아파트 설계 시부터 공동주택종사자의 휴게시설을 반영하는 법안이 마련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후죽순처럼 솟아있는 이미 지어진 아파트의 공동주택종사자 휴게시설은 누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영세한 용역업체가 아파트 단지안의 공용공간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고, 이미 용도가 정해져있는 공간에서 새로운 용도를 만들어내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어려운 현실의 문제에 주목하기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


이미 지어진 공동주택에서 종사자의 휴게시설을 고민하지 못했다면, 이제라도 입주자대표회의, 용역업체, 관리사무소, 지자체가 공동주택종사자에게 쉼터를 내어 줄 방법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런 노력이 그들을 지역공동체의 일부로 인식하는 시작이고,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 만들어갈 인간이 살아가는 지역공동체의 모습 아니겠는가!

저작권자 © 화성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