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필요 없는 사이좋고 즐거운 마을 공동체”

|무소유 실천공동체 야마기시즘
|마을공동체 하나로 묶는 역할
|지속가능농업을 꿈꾸는 청년 유입
|친환경 양계사업으로 전국구 유명


화성시 구문천길, 굽이진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저 멀리 산단을 배경으로 아늑하게 자리 잡은 친환경양계장을 운영하고 있는 공동체 마을이 있다. 지난 1984년부터 공동체마을로 자리 잡은 산안마을은 일본 야마기시즘을 실현하고 있는 공동체마을이다.


산안마을 입구 초입에는 ‘야마기시즘 사회경향실현지’ ‘돈이 필요 없는 사이좋은 즐거운 마을’ 라고 크게 써진 표주가 서있다. 처음 보는 사람은 생소하고 낯설음을 느낄만하다. ‘돈이 필요 없는 곳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머릿속에 들어올 때 즈음, 인상 좋고 행복해 보이는 마을 사람들이 맞이한다.

|무소유 공동체가 가능한가 
언뜻 봐도 이상한 문구가 써진 표주는 자본주의 현실세계에 속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갸우뚱 거릴만한 물음표를 던진다. 돈으로 굴러가는 세상에서 돈 없이 행복함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이를 이해하기위해선 야마기시즘 사회경향실현지를 알아야 한다. 야마기시즘은 일본인 야마기시 미요조(山岸巳代藏, 1901~19)가 전후 일본에서 고안해 낸 기조로, 전쟁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영원한 행복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바램에서 야마기시즘이 발족했다. 야마기시즘은 무소유와 공용, 공활을 원리로 삼는다.


화성시 향남읍 구문천리에 실현지가 들어선 것은 1984년이다. 김상보(63) 산안마을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1981년 야마기시즘 특별연찬회란 특강을 듣고 저렇게 좋은 세상이 있다면, 망설일 이유가 있나’라는 생각에 바로 고향 구문천리에 뜻이 맞는 6가족을 모아 공동체를 시작했다. 그리고 35년째 한국에서 유일한 야마기시즘 사회경향실현지가 존재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유토피아적인 사회경향실현지의 현재는 성공적이다. 망하지 않았다는 의미고, 이들이 만들고 가꾸는 양계사업은 전국에서도 따라올 수 없는 고품질 유정란으로 유명하다.


|닭들이 행복한 농장
현재 산안마을이 꾸려가는 계사는 4만 마리의 닭을 키우며 1만 평방미터가 넘는다. 1평방미터당 4.4마리로 동물복지농장 인증기준인 1평방미터 9마리보다 넓다. 계사 바닥은 볏짚, 왕겨, 풀, 톱밥, 숯가루 등이 섞여 있어 계분과 만나면 바로 미생물에 의해 건조 발효돼 악취가 거의 없다. 계사도 햇볕이 잘 들어오고 바람이 잘 통하게 설계돼 있어 쾌적한 공간을 제공한다.

산안마을을 찾은 19일 계사에는 햇볕을 받으며 모래목욕을 하고 있는 닭들이 있었다. 냄새도 거의 나지 않고 닭들은 자연스럽게 바닥과 횟대위에 있다. 산안마을은 닭들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도록 배려하는 방사식을 선택했고 그 결과 35년간 조류독감에 걸린 적이 없는 산란계 농장이 됐다. 그리고 2017년 살충제 파동이 전국을 흔들 때도 산안마을 달걀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산안마을은 현재 화성시 로컬푸드매장, 한살림 화성지점, 두레생협 전 지역에 유정란을 공급하고 있다.

▲     © 편집국

|사람도 행복하다, 우리는 한 가족
산안 마을 입구를 들어서자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가 양파와 대파손질을 하며 맞았다. 전국에서 농업 4H운동을 처음 시작했던 조정희씨(81)다. 4H운동은 화성시 봉담지역에서 처음 출발한 것으로 지성(head)·덕성(heart)·근로(hand)·건강(health)의 뜻을 지닌 영어의 네 단어의 머리글자를 땄다. 1947년 3월 낙후된 농촌의 생활 향상과 기술 개량을 도모하고 청소년들을 고무하기 위해 시작된 운동이다. 산안마을은 야마기시즘 실현지기도 하지만 지역에서 공동체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현재 산안마을은 6가정이 한 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다.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았지만 같은 철학을 공유하며 사는 이곳은 한마을이 아이를 돌보며 키운다. 무소유 공동체 산안마을은 구성원이 따로 돈을 관리하지 않는다. 같이 일하고 나오는 수익은 ‘한 지갑’에서 공유한다. 개인 사유재산이 없다. 한 지갑에서 각자 필요한 만큼 쓸 수 있다. 어떻게 그리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김상보 법인 대표는 말한다. “가치관을 공유하고 철학이 같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법과 기준이 엄격하게 있는 건 아니지만 가치관에 동의한 사람들의 자유의지로 운영할 수 있다.”
산안마을공동체는 WWOOF*나 워크캠프*를 통해 외국인들이 체험을 위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산단 허가 반대 구문천리 주민 뭉쳐
산안마을은 지난해 인근지역에 산단계획이 생기면서 똘똘 뭉쳐 산단반대활동에 들어섰다. 구문천리에는 현재에도 408개의 공장이 들어서 있는 발안산업단지가 있다. 이에 더해 구문천리에 또 일반산업단지 유치 계획이 알려지자 구문천리 주민들이 결사반대하고 나선 것.


주민 김현주 씨는 “2016년 환경지원센터에서 발안산업단지 악취 실태조사를 한 결과 악취속에 62개의 발암물질이 섞여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41개의 제조공장이 있는데 6만 5천평이 추가로 들어오면 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성토했다.


구문천리 주민들은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주민의견 제출서에서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전면 철회요청’을 제시했다. 주민입장은 친환경 유정란 생산마을이 인근 산업단지 오염원 배출로 유정란 생산량과 품질저하, 손실이 예상되며, 구문천리 농지생산관리지역으로 산단조성시 산림과 환경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현재 화성시는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한 후 산단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     © 편집국



|퍼머컬쳐 청년 유입
산안마을에서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퍼머컬쳐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산안마을을 주축으로 구문천리 마을공동체 초록마을과 함께하는 사업이다. 퍼머컬쳐란 영속농업을 뜻하는 것으로 지속가능한 삶을 꿈꾸는 청년을 위한 교육이다.


퍼머컬처 학교를 기획한 박성준씨는 산안마을 공동체에서 3년째 함께 살고 있다. 박 씨는 “생태적인 삶을 실현하기 위한 철학이자 도구로서 직접 삶을 디자인해보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의 구성은 마을 디자인, 텃밭정원 디자인, 농가 디자인, 숲 디자인 등을 배우게 된다. 20일부터 4월 2일까지 진행되는 수업으로 숙식을 초록마을에서 전부 하며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된다. 산안마을 관계자는 “젊은 청년들이 퍼머컬쳐를 통해 다양한 삶을 알아보고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초록마을 축제
산안마을에서 시작한 '초록마을 축제'는 돈 없이 먹고 놀 수 있는 축제로 유명하다. 양감면 사창리 초록산 산림욕장에서 매년 5월 5일 어린이날에 열리는 축제로 환경과 나눔을 주요 취지로 하고 있으며 무소유 이념 실천을 추구한다. 1986년처음 산안마을 주체로 시작해, 현재는 화성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시민단체도 함께 참여해 축제의 장을 풍성하게 넓혔다. 특히 초록마을 축제는 돈이 오가지 않는 축제로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를 즐길 수 있는 어울림의 장으로 유명하다. 서로 나눔을 경험해보는 놀이의 장으로 추천한다.


*WWOOF(World-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 땅을 소유하지 않은 농부, 세계를 가꾸는 여행. 1971년 영국에서 시작. 친환경 농가 등의 장소에서 하루에 4~6시간 일손을 도와주고 숙식을 제공받는 것으로 전 세계 150여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 활동.


*워크캠프(WorkCamp) 워크캠프는 서로 다른 문화권의 청년들이 모여 2~3주간 함께 생활하며, 봉사활동과 문화교류를 하는 100년 역사의 국제교류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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