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연 교수(상담학교수)

▲ 이재연 교수(상담학 교수)     © 편집국




매일 밥을 먹어도 배고픈 것은 사랑을 먹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지나간 추억만 먹고 살기에는 나 자신은 지나치게 소중합니다. 가족이 사랑을 주지 않으면 내가 나에게 지겹도록 사랑을 건네야 합니다. 은은한 사랑의 향이 온몸에 박혀 버릴 때까지 뿌리고 먹이고 붙여야 합니다. 그래야 살면서 마음에 비가 와 마음이 떠내려가려 할 때, 희망의 끝자락을 움켜쥐고 있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갑니다. 아무리 큰 의지도 손끝의 작은 움직임보다 못합니다. 매일 반복적으로 몸을 일으키고 손을 흔들어서 앞으로 걸어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행동 없는 의지로 아무리 외쳐봐야 마음속 빗소리에 갇혀버립니다.

2013년도에 미시간 대학교의 알란 테오(Alan R. Teo)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회적 관계와 우울: 10년간의 연구(Social Relationships and Depression: Ten-Year Follow-Up from a Nationally Representative Study)’라는 제목의 논문을 과학 및 의학의 기본 조사 연구를 다루는 PLOS(Public Library of Science) ONE 과학 저널에 발표했습니다.

알란 테오 교수는 1995-1996년에 기준 평가를 하고, 추적 관찰은 2004-2006년에 실시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성인 25세에서 75세까지 4642명이었습니다. 이런 오랜 세월동안 장기적인 실험을 통해 어떤 관계(relationship)가 우울과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부부관계(spouse), 가족관계(family members), 친구(friends) 이렇게 3가지 다른 사회적 관계를 나눠서 연구했습니다.

이 연구의 결과는 ‘부부관계’가 우울과 가장 관련이 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놀라운 점은 가족과 친구와의 접촉이 거의 없더라도 우울증의 위험에 대한 영향이 거의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히려 부부관계가 우울증과 가장 관련이 깊었습니다. 심지어 건강하지 않은 부부관계는 혼자 지내는 사람의 우울증 발생 확률보다 더 높았습니다. 또 심혈관 질환(cardiovascular disease), 장애(disability), 사망률(mortality)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호흡소리와 함께 눈을 감고 뜨는 부부생활은 서로의 마음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을 결정합니다. 늘 겨울인 부부가 있습니다. 반대로 늘 부부관계가 봄인 경우도 있습니다. 감정 없는 표정을 눈에 담아두고, 칼보다 날카로운 언어를 가슴 끝에 매달고, 여백이 없는 혼란스러운 몸짓을 서로에게 주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흩어진 숨소리 하나 조차 상대의 가슴에 여러 갈래로 쪼그작 쪼그작 갈라지는 실금이 나지 않도록 서로의 가슴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눈가와 입가에 미소가 아니라 지옥을 짓게 한다면 인연조차 죄가 됨을 알게 됩니다. 또 내 마음을 상대방에게 빌려줄 힘이 있으려면, 내 머리와 마음속에 은밀히 숨어 살아가는 우울증과 외로움을 찾아내서 장례식을 하루빨리 치러야 합니다.

침묵의 고백은 악마의 칼날보다 더 날카로울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표정과 세상에 존재하는 최고의 단어를 끌어 모아서 내가 선택한 내 사람에게 초콜릿보다 더 달콤하게, 아기 엉덩이보다 더 사랑스럽게 눈을 보며 전달해야 합니다. 뒤늦은 후회는 지금 입고 있는 몸의 유통기한이 다하는 날 알아서 주변 가족들이 알아서 그들의 입을 통해 뱉어낼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서투른 혀의 뿌리를 움직여야 합니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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