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자문위원 김중원     © 편집국


가을이다. 천지가 단풍이다. 집만 나가면 눈에 가득 단풍이다. 나뭇잎은 따뜻했던 봄날 새싹으로 세상에 와서 한여름을 보란 듯 가슴 터지도록 푸르렀지만, 가을이란 생의 막다른 길에서는 어쩔 수 없이 미련을 불태워 사르니 무릇 나뭇잎의 인생무상이다.


지난달 경기도 국감에서 조원진 의원이 이재명 경기도 지사에게 ‘더불어민주당 탈당 권유도 받고, 갑자기 압수수색도 받았는데 소회가 어떤지?’라고 물었는데 이 지사는 껄껄 웃으며 ‘인생무상이죠‘라고 대답했다.


우리 근대사 짧은 70년 동안만 봐도 ‘인생무상’은 시쳇말처럼 차고 넘친다. 정권을 쟁취한 수권 정당은 그동안 진흙탕 경쟁을 했던 상대를 그냥 놔두지 않았다. 그들은 으레 정의가 되었고 상대를 부패한 집단, 궤멸시켜야 할 집단으로 몰아갔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 더니 그동안 대통령과 정부의 요직을 맡았던 인물들은 정의 구현, 적폐 청산 등의 이름으로 여러 개의 죄목을 달고 교도소로 보내졌다. 참으로 한심한 것은 한때 한 나라의 대통령, 국정원장, 장관으로 권력을 손에 쥐었던 그 잘난 사람들이 권력이 영원하지 않다는 정도는 알았으련만 누린 권력만큼 기다리고 있는 업보(業報)를 어찌 그리도 예상치 못했을까?


문제는 이러한 사달이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텐데도 아직도 기회는 평등하지 않고 과정도 불공정한 사례가 곳곳에 보인다.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긴 착각에 빠지고 자만에 도취되면 석가래 썩는 걸 어찌 알겠는가?


민주 정치란 곧 정당 정치를 말한다. 정당에서 여야 관계는 철로와 같다. 철로는 원수처럼 맞보고 달리는 것 같지만 같은 목표를 향해 철저히 협력한다. 정치는 역사에서 보듯 어느 한쪽이 독주할 때 그 권력은 독재의 유혹에 빠졌다. 그래서 건전한 정당 정치는 적당한 주기로 정권을 바꿔가면서 성실한 정책 경쟁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현 정권이 20년이 아니라 50년을 집권해야 한다.’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맹랑한 말을 하더니 이제는 북한에 가서 그것도 북한의 만수대 의사당에서 김영남 등 고위급 인사들에게 ‘노무현 대통령 때까지 남북관계가 잘 나가다가 그만 정권을 뺏기는 바람에 지난 11년 동안 남북관계가 단절돼 여러 가지 손실을 많이 봤다. 이제 다시 집권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이 좋은 기회가 왔다’는 참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실제로 북한은 1972년 7.4 공동성명 이후 이번 판문점 선언 전까지 남북 간에 회담이 655회 있었고 그중 245회는 서면까지 했으나 북한은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


또한 정전협정 이후 연평도 폭격, 천안함 침몰 등 크고 작은 만행을 저질렀음을 세상이 다 아는데 이런 북한을 두고 야당이, 보수정당이 아무리 못났다 하더라도 그동안의 남북의 경색국면을 보수정당의 잘못으로 몰아붙이는 그는 어느 나라 사람이고, 누구 편인지 모르겠다.


남북통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국민통합은 더 중요하다. 국민을 통합하고 아울러야 할 집권 여당 대표가 그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가진 많은 국민과 파트너인 야당을 이렇게 무시하는 말을 해놓고서 ‘종전 선언’ 등 남북이 쏟아내고 있는 각종 조약에 대해 국회 비준이 필요하고, 그 비준은 야당의 협조가 필요할 텐데 과연 그때는 또 어떤 말을 할까? 그것이 궁금하다.


남들은 ‘인생무상’이라는데 혼자 봄날이면 뭣 하오리까? 못난 사람도 좀 생각해 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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