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연신 발행인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가장 근본적인 원칙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지방자치 원칙을 무시한 권력의 중앙 집중은 민주주의 이념에 반하는 것이고 지역주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중앙 집중의 폐해는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 내재해 있지만, 유독 극심한 분야가 언론이다. 중앙집권체제는 지방민들에게 사실상 언론의 자유를 박탈해 왔다.

모든 유력 언론사가 서울에 집중해있고, 서울과 인근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해 왔다. 지방언론이란 그저 구색 상 존재할 뿐, 지방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거나 정보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기능의 부재로 지방자치 실시 이후에도 언론의 중앙 집중 현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지역 민방이 도입되고 지역신문의 허가제한이 폐지됐어도, 여전히 대부분의 지방언론은 중앙언론의 중계소 역할을 할 뿐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지방민들에게는 자신들 주위에서 발생하는 뉴스나 자신들의 생활에 필수적인 지역 정보를 습득할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다.


지방자치가 정착 되고 평등한 민주주의가 현실이 되려면 지역 언론이 활성화돼야 한다. 지역 언론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지역 주민들이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된다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역 주민들 간 정보와 의견 교류를 통해 지역 사회 환경을 지역주민 스스로 개척하고 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역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지방자치의 실현은 존재할 수 없으며 주민들이 자치단체장이나 의원을 직접 뽑은 것과 같은 행정적 조치만으로 지방자치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지역 주민들의 여론 형성과 참여를 촉진할 지역 언론매체가 없이 지방자치란 결코 가능할 수 없다.

언론의 가장 핵심적 기능인 지방선거 보도에 있어 지역 언론의 역할이 크게 기대되는 이유는, 지역 언론은 지역주민과 밀착해 있어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정보를 찾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언론이 활성화 되려면, 중앙언론처럼 언론의 권위나 영향력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언론이 갖고 있는 지역 밀착성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미국의 언론학자와 신문편집자를 상대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작은 신문의 우수성을 판단하는 기본은 충분한 지역뉴스제공, 지역문제에 대한 강력한 입장, 심도 있고 꾸준한 보도의 순으로 나타났다.

시민사회에서 언론은 다른 분야의 개인이나 기업이 누리지 못하는 자유를 보장받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도 철저히 완수해야 한다. 즉 시민의 알권리 충족을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 정확하고 공정하게 사실보도를 하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정보교환과 여론형성 공론 장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중앙집권체제하에서 독재정권의 비호를 받아온 중앙언론은 언론의 자유만 독점적으로 향유했을 뿐, 거기에 수반되는 책임은 도외시해왔다.

독재정권이 퇴진한 이후에도 중앙언론은 구태를 벗지 못했다. 지역 언론의 활성화는 중앙언론에 의해 고착된 비민주적, 비윤리적 언론문화를 개선하는 출발점이다. 물론 현재의 지역 언론은 많은 문제점들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문제점들은 지역 언론에 태생적으로 내재한 한계들은 결코 아니다. 지역 언론은 수 백 년 동안 굳어진 중앙 집중 체제가 축적해 놓은 부작용, 수 십 년 동안 진행돼온 정부의 지방언론 통제정책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이다.

지방일간지보다는 지역주간신문을 보다 윤리적으로 높이 평가하는 지방자치단체 공보관들의 반응은 우리 지역 언론이 풀뿌리 언론으로, 진정한 민주언론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풍부함을 증명하는 것이다. 지역 언론이 철저한 책임과 윤리의식을 갖춰, 군림하는 언론이 아닌 봉사하는 언론으로 시민들의 신뢰를 받는다면, 지방자치의 실현, 나아가 민주사회로의 진입에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진정한 견인차 역할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지역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성숙된 인식의 변화가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저작권자 © 화성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